추징금 130억원 한 푼도 안내고 버텨아내와 위장 이혼하고 차명 법인으로 재산 숨겨“가족들 잘 살 수 있어 범행 0.01%도 후회 안해”검찰, 은닉 재산 추적 끝에 130억원 전액 회수

고모(43)씨는 2000억원대 사기·유사수신 혐의로 징역 10년에 추징금 130억원을 작년 11월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하지만 고씨는 범죄 수익에 해당하는 추징금을 한푼도 내지 않으면서 버텼다. 고씨는 “가족들이 잘 살 수 있어 범행을 0.01%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범행 피해자들은 북한 이탈 주민과 노인 등 4400여명이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자살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가 고씨에게 추징금을 받아내기 위해 주변을 추적했더니 거액의 은닉 재산이 드러났다. 고씨가 아내와 위장 이혼하고 차명 법인을 만들어 숨겨둔 부동산, 외제차, 가상화폐 등이 쏟아져 나왔다.

고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고급 아파트를 감춰두고 있었다. 연예인 장동건·고소영 부부와 골프선수 박인비, 입시 강사 현우진 등이 산다고 알려진 곳이다. 한 채에 100억원에 분양됐다고 한다. 또 고씨는 경기 성남 분당구 아파트(20억원),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10억원) 등도 가지고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고씨의 아내는 아무 직업이 없는 데도 서울 청담동에 있는 최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면서 “자녀들도 고액의 스포츠 과외를 받고 있었고 입고 다니는 옷도 고가의 수입품이었다”고 했다.

고씨가 숨겨둔 고급 외제차 2대도 검찰이 찾아냈다. 5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와 4억원 상당의 람보르기니 우라칸이다.

고씨의 은닉 재산에는 가상화폐도 있었다. 비트코인 19억원어치, 이더리움 7억원어치가 검찰에 적발됐다. 이밖에도 상가, 리조트 회원권, 상장사 주식, 미술품, 수입품 손목시계, 팔찌, 반지, 목걸이, 수입품 가방, 사자 장식품 등 다양한 은닉 재산이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45개 품목이었고 목록으로 만들었더니 A4 용지 한 면을 가득 채울 분량이었다.

검찰은 지난 6월부터 고씨의 은닉 재산을 확보한 뒤 처분 절차를 거쳐 추징금 130억원을 모두 받아냈다고 26일 밝혔다.

한편 작년까지 법원이 범죄 수익에 대해 추징금을 선고한 액수는 32조2589억원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추징된 금액은 1049억원뿐이다. 0.3%만 추징에 성공한 것이다. 단일 사건으로 역대 최고 추징금(22조9465억원)이 선고된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추징 성공률은 1.1%에 그친다.